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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부동산실 기밀유출 조사 확대...센터필드·TES 논란 전모 밝혀질까

원정호
- 11분 걸림 -
사진 왼쪽 센터필드(알스퀘어)와 오른쪽 더익스체인지서울(TES)

국민연금이 부동산 투자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와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전 부동산투자실장 대기발령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남 센터필드와 서울 무교동 더익스체인지서울(TES) 프로젝트가 각각 매각 추진과 인허가 절차 마무리에 들어가면서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여건도 마련돼 가고 있다는 평가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자기밀 유출 관련 집합교육을 실시했다. 감사실과 준법지원실, 운용지원실 간부들이 비공개 투자정보를 외부에 전달할 경우 내부 징계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법은 공단 임직원과 전직 임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교육은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을 둘러싼 정보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전 부동산투자실장과 일부 운용역의 투자 의사결정을 문제 삼은 투서 내용을 조사하는 동시에 비공개 심의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투자기밀 유출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국민연금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투자 적정성 논란이 아니라 두 가지 문제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서에서 제기된 투자 의혹이 사실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라면, 대체투자위원회(대투위) 참석자와 개별 위원의 찬반 의견·발언 등 비공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전달됐는지가 두 번째 쟁점이다.

제보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다고 해서 곧바로 기밀유출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적법한 부패 신고 과정에서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제보자가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신고했다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제보 내용의 진실성뿐 아니라 제보 목적과 정보 취득·전달 경로도 확인해야 한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센터필드 대투위 부결 이후 매각으로 방향 전환

전 부동산투자실장 관련 논란을 규명할 첫 번째 사례로는 강남 센터필드가 꼽힌다.

국민연금 대투위는 지난 7월 3일 센터필드 자산을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이관하는 안건과 이지스운용에 성과보수를 중간 정산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했다. 운용사를 교체하려면 기존 운용사에 지급할 수수료를 정산해야 했지만, 대투위 위원들은 정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람코운용 펀드로 센터필드를 이관한 뒤 장기간 보유·운영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는 기존 이지스운용 펀드 만기에 맞춰 센터필드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센터필드를 보유한 펀드는 이지스운용의 ‘이지스210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다.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49.7%, 이지스운용이 0.6%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센터필드 가치는 약 4조원이다.

센터필드는 약 2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자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사실상 0% 수준이다. 매각이 시장 예상 가격에 이뤄질 경우 상당한 개발·운용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운용사 교체가 아닌 매각으로 결론이 나면서 기존 운용사의 성과보수와 투자자별 이익 배분 규모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대투위 부결에 따른 이해 득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성과보수 지급 여부와 규모는 펀드 계약, 매각가격, 투자원금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므로 현 단계에서 확정하기 어렵다. 센터필드 매각 결과와 성과보수 정산 내역이 나오면 자산 이관을 둘러싼 당시 의사결정이 국민연금의 이익에 부합했는지를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TES 인허가 가시화…사업성 논란 검증대

두 번째 쟁점인 TES 개발사업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서울 중구 무교동 45번지 일대 무교다동구역 4지구(더익스체인지서울,TES)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따라 용적률 1037% 이하, 높이 126m 이하 등 핵심 개발 조건이 확정됐다.

사업 컨소시엄은 기존 TES 등 2개 동을 철거하고 연면적 6만4000㎡, 지하 7층~지상 24층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내년 중 후속 인허가와 본PF 조달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해 2031년 준공한다는 목표다.

코람코자산운용과 시티코어 컨소시엄은 2024년 4월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TES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같은 해 10월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토지 확보 금액은 약 2700억원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코람코운용이 설정한 이 10년 만기 펀드에 2520억원을 출자했다. 전체 자기자본 2720억원의 약 92.6%다. 나머지 약 200억원은 코람코운용과 시티코어, 건설출자자인 GS건설 등이 분담했다. 투자기구는 ‘코람코제159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다.

TES는 전 부동산투자실장 관련 투서와 정보유출 의혹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다. 투서에는 TES 투자안을 심의한 대투위 참석자의 소속과 직책, 개별 위원의 찬반 의견과 발언, 기금운용본부장의 의사 표시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개발사업의 인허가 가능성과 사업성, 투자 의사결정의 적정성 등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비계획 변경안을 가결하면서 개발 규모와 주요 인허가 조건이 구체화됐다. 향후 본PF 조달 조건과 임대차 계획, 예상 수익률이 확인되면 당시 투자 판단의 적정성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인허가 통과 자체가 투자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인허가 불확실성을 근거로 제기된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 판단과 기밀유출 분리해 조사해야

국민연금은 앞서 과거에도 전 부동산투자실장과 관련한 유사 의혹을 감사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확인하지 못하고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투서가 다시 접수되면서 재조사에 들어갔고, 전 실장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와 별도로 부동산투자실 내부 직원이 전 실장에게 불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내부 심의자료를 지속적으로 유출하고 정보를 왜곡했다는 취지의 감사 청구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 역시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감사가 전 실장의 투자 판단만을 재검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투서에 담긴 비공개 정보의 최초 접근자와 전달 경로, 외부 제보자와의 접촉 여부, 같은 내용이 언론과 감사기관에 전달된 과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전 실장의 대기발령이나 특정 투자안의 무산으로 경제적·인사상 이익을 얻게 되는지도 조사 과정에서 살펴볼 대목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인물을 제보자나 기밀유출자로 단정할 수 없다.  감사 과정에서 정보 접근 기록과 전달 정황 등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운용사로부터 인수가격과 투자구조, 사업계획 등 민감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특히 대체투자는 협상 조건과 투자위원회 논의 내용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거래 당사자의 이해관계는 물론 국민연금의 협상력과 투자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전 부동산투자실장의 투자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밝히는 데만 있지 않다"면서 "제보가 공익 신고에 해당하는지,  왜곡된 내용이 포함됐는지, 내부 투자기밀이 어떤 경로로 외부에 전달됐는지를 함께 규명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복지부가 투자 판단과 기밀유출 문제를 분리해 각각의 책임을 규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조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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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국민연금더익스체인지서울센터필드

원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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