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 부동산 운용보수 줄이고 국내 운용사 보수 현실화

국민연금이 부동산 위탁운용사 보수(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 해외 운용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는 과거 대비 절반가량 낮추는 반면, 국내 운용사에는 기존보다 20~30% 높은 수준의 보수를 인정하는 방향이다. 최저 보수를 제시한 운용사에 점수를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 이하의 낮은 보수 제안은 사실상 입찰 경쟁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구조로 바꾸고 있다.
10일 국내외 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부동산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의 하한선을 사실상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운용사가 20bp(1bp=0.01%)~30bp 수준의 크게 낮은 보수를 제안하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게 평가받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치게 낮은 보수를 써내는 방식의 경쟁을 막고 있다.
실제 최근 국민연금 국내 부동산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에서는 오퍼튜니스틱 펀드 관리보수를 투자잔액 기준 연 0.6% 이하, 논코어 대출펀드는 연 0.4% 이하 수준으로 제시했다. 성과보수는 IRR 12% 초과분의 최대 15% 수준이다.
운용사의 관리보수는 공고문에 명시된 수준과 달리 별도 제시가 가능하지만, 명시한 수준을 과도하게 밑도는 조건을 제안할 경우 이에 따른 패널티 또는 인센티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수수료를 싸게 쓴다고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운용사들에 전달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운용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들은 대규모 자산 관리, 임차인 관리, 리파이낸싱, 매각 전략 수립 등 실무 부담이 크지만, 그동안 보수 수준은 해외 운용사 대비 낮다는 불만이 있었다. 부동산 운용업계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국내 운용사들이 고용을 창출하고 조직 및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니멈 보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외 운용사에 대해서는 보수 절감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운용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시 약 15개 주요 글로벌 운용사를 통한 블라인드펀드 및 별도계정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계 기관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신규 출자 과정에서 기존보다 절반가량 낮은 보수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글로벌 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요구 보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성과보수도 중요한 쟁점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자산 매각이나 계약 종료 시점에 성과보수를 정산받는 구조가 많다. 그랑서울, 센터필드 등 국민연금 위탁 자산에서도 대규모 성과보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계약 기간 중간에 성과보수를 먼저 지급하려면 자산 가치 산정과 배임 이슈가 맞물릴 수 있어,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계약 종료 또는 매각 시점에 정산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수수료 체계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 정책이라기보다 국내 부동산 운용 생태계 관리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에는 국민연금이 글로벌 큰손으로서 협상력을 행사해 보수를 낮추고, 국내 운용사에는 고용 창출과 조직 유지를 위한 적정 보수를 인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보수를 지나치게 낮게 써내 맨데이트를 따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