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오피스시장의 회복 현장과 서울에 주는 시사점①

뉴마크 코리아에서 리서치를 총괄하는 장현주 전무가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과 보스턴의 오피스시장을 둘러봤습니다. 뉴욕에서는 뉴마크 본사 조나단 마주르(Jonathan Mazur) 리서치 총괄을 만나 최근 시장 변화와 회복 흐름에 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뉴욕 오피스시장의 변화와 서울 오피스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프라임 오피스와 AI가 이끄는 맨해튼의 재편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오피스의 종말'이 화두가 됐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사무실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고, 뉴욕 역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2026년 여름 직접 찾은 맨해튼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도심은 출근한 직장인들로 활기가 넘쳤고, 새롭게 개발된 프라임 오피스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었다. 뉴욕 시장은 '오피스의 회복'보다 '오피스의 재편(Reallocation)'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였다.
회복의 중심은 프라임 오피스
Newmark의 2026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 오피스 시장은 팬데믹 이후 가장 활발한 임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임대차 규모는 약 2,470만 SF를 기록하며 견조한 수요를 유지했고, 대형 프라임 오피스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Midtown의 최상급 Trophy 오피스는 시장에 나온 직접 임차 가능 면적이 2.7% 수준까지 낮아졌고, 맨해튼 Class A 오피스의 대형 가용 블록 면적 역시 2021년 이후 51.4% 감소했다.
반면 모든 오피스가 같은 속도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갖춘 신축 및 리모델링 오피스에는 기업들이 몰리는 반면, 노후 오피스는 공실 증가와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의 압력을 받고 있다. 뉴욕 시장은 공급 부족이나 공급 과잉보다 기업들이 어떤 오피스를 선택하는가가 시장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맨해튼 오피스 시장은 세 개의 서브마켓으로 구성된다
맨해튼 오피스 시장은 크게 Midtown, Midtown South, Downtown의 세 개 서브마켓으로 구분된다.
Midtown은 뉴욕 최대의 업무지구다. Park Avenue와 Grand Central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와 로펌, 컨설팅사,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Hudson Yards까지 새로운 프라임 오피스 클러스터로 확장됐다.
Midtown South는 Chelsea, Flatiron, Hudson Square 등을 중심으로 AI·테크·미디어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혁신 클러스터다. 최근에는 글로벌 IT 기업과 콘텐츠 기업의 입주가 이어지며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Downtown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전통 금융지구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미디어와 기술기업도 유입되고 있으며, 노후 오피스의 리모델링과 주거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세 권역은 성격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면적을 확보하기보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입지와 최신 업무환경을 갖춘 프라임 오피스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에서 확인한 시장의 변화
뉴욕 방문 중 Newmark 뉴욕 리서치팀의 Jonathan Mazur(Executive Managing Director, National Research)와 최근 시장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뉴욕 오피스 시장은 정말 회복하고 있는가?"였다.

그의 답은 명확했다."시장은 분명 회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오피스가 회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어 그는 최근 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Flight to Quality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사무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경쟁력 있는 오피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수한 인재가 뉴욕에 모이면서 AI 기업이 뉴욕의 오피스 수요를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은 금융과 법률, 미디어, 테크 등 다양한 산업의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도시다. Jonathan은 이처럼 풍부한 인재풀이 AI 기업들을 뉴욕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AI 기업의 성장이 다시 새로운 오피스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업들의 오피스 임차 방식에도 특징이 있다. 현재 인원에게 필요한 공간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인력과 사업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 미래에 필요한 공간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Newmark의 2026년 2분기 맨해튼 자료에서는 AI 기업들의 임차 수요가 새로운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앤트로픽(Anthropic)이다. Claude를 개발한 Anthropic은 최근 Hudson Square의 330 Hudson Street 전체 약 46만6000 SF를 임차했다. 이는 단순히 사무실 이전이라기보다 향후 인력과 사업 성장까지 고려해 대규모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AI 기업들의 임차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다.
Newmark의 「AI and the Future of Office」 역시 AI가 오피스 고용과 공간 수요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인재가 풍부한 주요 시장과 우수한 오피스 공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장기적으로 일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하면서 오피스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뉴욕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다르다. AI는 새로운 기업과 고용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금융과 법률이라는 기존의 강력한 수요 기반에 더해 새로운 오피스 수요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Jonathan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뉴욕 오피스 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Recovery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기업들은 다시 오피스로 돌아오고 있다. 금융과 법률이라는 전통적인 수요 기반에 AI와 테크 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산업이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수요는 모든 오피스가 아니라 Prime과 Class A 오피스로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오피스는 리노베이션과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요에 맞춰 변화하고 있으며, 일부 자산은 용도 전환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지금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산업이 이동하고, 기업이 이동하고, 오피스 수요가 더 좋은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욕에서 확인한 것은 ‘오피스의 종말’이 아니라 오피스 시장의 재편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들이 선택하는 오피스는 무엇이 다를까.
다음 편에서는 직접 둘러본 One Vanderbilt와 Hudson Yards, The Spiral, Google의 뉴욕 오피스 거점, Park Avenue와 Downtown의 주요 오피스를 통해 뉴욕의 Flight to Quality가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