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속하는 데이터센터산업, 전력난에 막히다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이 하남 데이터센터를 734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는 SK AX가 판교 데이터센터를 5068억 원에 매각했다.
불과 2023년만 해도 연간 1000억 원을 넘기지 못했던 데이터센터 거래 시장이 단숨에 조 단위 자산군으로 도약했다.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이자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체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뜨거운 성장세 이면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전력이다.
연평균 20% 성장, 데이터센터는 '뉴 이코노미' 핵심 자산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25 데이터센터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3728억 달러(약 518조 원)에서 2029년 6241억 달러(약 867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6년 동안 약 350조 원이 증가하는 셈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10%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세는 국내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가 '뉴 이코노미' 핵심 인프라 자산군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자본 유입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 시장도 공급과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이후 민간 데이터센터 공급은 연평균 20.3%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5G·AI 확산과 함께 자산운용사, 오퍼레이터 등 신규 주체의 시장 진입으로 최근 5년간 증가 폭이 더 커졌다.
거래 규모 역시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연간 1000억 원을 넘기지 못했지만, 2024년 맥쿼리의 하남 데이터센터 매입(7340억 원), 2025년 SK AX 판교 데이터센터 매각(5068억 원) 등 대형 딜이 잇따르며 거래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자산운용사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거래 건수와 금액이 동시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엣지와 AIDC, 새로운 트렌드의 부상
보고서는 주요 트렌드로 지자체 주도의 하이퍼스케일 센터 공급 확대와 전력 확보가 어려운 서울 도심의 중소형 데이터센터 공급을 꼽았다.
특히 10MW 미만 전력으로 도심·업무지구에 구축 가능한 ‘엣지 데이터센터’와 GPU·고대역폭 네트워크·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갖춘 ‘AI 데이터센터(AIDC)’가 주목받고 있다. 엣지 데이터센터는 대용량 전력 확보가 어려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으로 도심 업무지구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AIDC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 인프라를 제공하며, AI 시대의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전력 공급 여력이 있는 지방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서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수도권 전력 자립도 10%,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한계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산업의 걸림돌은 전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자립 문제가 산업 확장의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2023년 기준 경북(215.6%), 강원(212.9%) 등은 자립 능력을 갖춘 반면 서울(10.4%), 경기(62.5%) 등 수도권의 전력 자립도는 100%에 크게 못 미쳐 타 지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집중되어 있지만 정작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는 AI가 촉발한 데이터 중력 현상 심화로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투자 활황이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증가, 냉각수 사용 확대 등 환경 부담과 허수 수요로 인한 전력설비 과잉투자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력 문제는 단순히 공급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지고, 냉각을 위한 용수 사용도 환경 부담을 가중시킨다. 더욱이 과도한 수요 예측에 따른 허수 수요로 전력 설비에 과잉 투자가 이뤄질 경우 사회적 비용 낭비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다. 글로벌 시장은 향후 6년간 350조 원 규모로 성장하고, 국내에서도 연평균 20% 이상 공급이 증가하며 대형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엣지 데이터센터와 AIDC 같은 신흥 트렌드는 산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전력 자립도 100% 미만이라는 구조적 한계, 온실가스 배출과 냉각수 사용 확대라는 환경 부담, 허수 수요로 인한 전력설비 과잉투자 리스크는 이 성장세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지금, 우리는 단기 수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력 수급, 환경 영향, 사회적 비용까지 포괄하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산업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