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호텔식 서비스까지...오피스 편의시설 운영의 5가지 과제

예전에 임대차 업무를 하면서 마곡 원그로브(One Grove)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2층 로비에서 스피드게이트를 지나 3층에 올라가니 마치 호텔 로비 같은 라운지가 펼쳐져 있었고,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은 물론 수면실과 음악감상실까지 입주사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피스 빌딩의 편의시설이라고 하면 로비 라운지와 소규모 접객 공간을 갖춘 회의실 정도가 전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의 출발점은 공유 오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유 오피스는 공용 라운지와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 앱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예약 서비스를 통해 임대 공간의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와 자율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공용 공간과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근무 방식과 공간 이용 방식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임차인들이 이제는 일반 오피스 빌딩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대하게 되었고, 프라임급 빌딩들은 호텔 운영사에 편의시설 운영을 맡기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다만 편의시설은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끝나는 공간이 아닙니다. 적지 않은 면적과 구축비, 매달 들어가는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또 잘못 기획하면 아무도 쓰지 않는 유휴 공간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 편의시설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먼저 정리해 보고, 이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산관리자와 운영자들이 검토해야 할 5가지 사항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임차인 편의시설의 6가지 유형
편의시설은 흔히 어메니티(Amenity)라고 부릅니다. 요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의 어메니티를 살펴보면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업무 지원: 회의실은 가장 기본이 되는 어메니티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가끔 쓰는 대형 회의실이나 세미나실을 전용면적 안에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무실 면적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임차인의 타운홀 미팅이나 외부 행사를 위한 대관 수요도 늘고 있어, IFC서울의 더 포럼(The Forum)처럼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 공간을 갖춘 빌딩도 있습니다.
라운지·F&B: 입주사의 거실 역할을 합니다.
휴식과 소규모 미팅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커피와 베이커리는 유료로 판매하되 공간 이용은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터필드나 타워107의 라운지를 보면 공유 오피스 라운지보다 한층 넓고 고급스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웰니스 및 휴게: 직원들의 컨디션을 챙기는 공간입니다.
수면실과 수유실, 샤워실, GX룸을 갖춘 피트니스 시설이 대표적입니다. 흡연실도 전자담배와 연초 이용 공간을 분리하는 곳이 늘고 있고, 옥상이나 브리지 공간을 녹지와 테라스로 꾸며 자연 친화적인 휴식 공간을 만드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컨시어지 서비스: 호텔식 운영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그랑서울, 센트로폴리스, 그랜드센트럴, 원그로브 등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센터필드에서 리셉션과 어메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문객 안내와 출입 지원부터 입주사 임원을 위한 예약 대행이나 의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지털 앱·스마트빌딩: 어메니티를 연결하는 접점입니다.
전용 웹사이트나 앱으로 방문객을 사전 등록하고 회의실과 수면실을 예약하는 것은 이제 프라임급 빌딩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팩토리얼 성수처럼 배송이나 청소 로봇을 운영하는 빌딩도 나오고 있고, 해외에서는 빌딩의 디지털 인프라를 평가하는 와이어드스코어(WiredScore) 같은 인증도 임대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콘텐츠: 공간에 이야기를 더하는 단계입니다.
IFC에서는 입주사를 대상으로 와인 강의나 네트워킹 파티를 열고, 원그로브는 턴테이블이 있는 음악감상 공간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업무를 하는 공간을 넘어 임차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빌딩으로 인식되는 것은 프라임급 빌딩의 차별화 요소가 되었습니다.
자산 운영자가 검토해야 할 5가지
1. 면적과 배치: 얼마나, 어디에 둘 것인가
어메니티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면적입니다. 어메니티로 쓰는 공간만큼 임대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주요 프라임급 빌딩의 사례를 보면 오피스 전용면적 대비 어메니티 면적 비율은 빌딩마다 차이가 큽니다.
대체로 오피스 전용면적의 2~5% 수준입니다. 어메니티 안에서는 회의 공간과 라운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이 피트니스, 수면실, 수유실 같은 편의 공간입니다. 면적을 정할 때는 다른 빌딩의 비율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우리 빌딩 임차인들의 규모와 업종에 맞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빌딩의 콘셉트를 우선 고려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또 공간 배치와 출입 동선도 중요합니다. 원그로브처럼 스피드게이트 안쪽에 두면 입주사 전용 공간이라는 프리미엄은 생기지만, 외부 대관이나 외부인 이용은 불편하거나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외부 개방을 염두에 둔다면 외부인 동선과 출입 통제, 승강기 운행층 조정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2. 비용과 수익구조: 누가 부담하고 무엇으로 회수할 것인가
어메니티는 만드는 데도, 운영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프라임급 빌딩의 계획안을 보면 라운지 인테리어는 평당 약 800~1,000만 원, VIP 공간은 평당 약 2,000만 원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라운지 한 곳에만 수십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리·운영 인건비를 중심으로 매달 수천만 원의 운영비가 더해집니다.
그래서 어메니티의 수익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합니다. 프라임급 빌딩에서는 위탁 운영사에 고정 운영수수료를 지급하고 외부인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반면 위탁 운영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외부인에게도 개방하고, 수입의 일부를 임대인에게 나눠주는 레비뉴 셰어(Revenue Share) 구조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실 사용료와 대관료, 카페 매출, 피트니스 위탁 수수료 등으로 운영비의 일부를 회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비용이 결국 임차인의 관리비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임차인은 입주를 결정하거나 비용을 검토할 때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반영한 순점유비용(NOC, Net Occupancy Cost)으로 빌딩을 비교합니다. 따라서 어메니티가 관리비를 얼마나 높이는지,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함께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3. 운영 주체: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어메니티 운영 방식은 크게 호텔 운영사 위탁, 분야별 전문업체 분산 위탁, 시설관리(FM) 회사의 직접 운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호텔 운영사에 맡기면 리셉션부터 라운지까지 일관된 서비스 수준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이 높습니다. 피트니스나 카페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은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수면실·수유실·흡연실처럼 관리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시설은 FM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혼합 방식도 많이 쓰입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중요한 것은 운영사를 선정하는 시점입니다. 운영사가 정해져야 인테리어 콘셉트와 제공 서비스, 인력 구성을 함께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가 끝난 뒤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입찰과 선정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메니티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경험과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인력을 투입할지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운영사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4. 이용 규칙: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룰을 만들기
어메니티는 여러 임차인이 함께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해진 규칙이 없으면 일부 임차인이 독점하거나, 예약만 하고 쓰지 않는 노쇼(No-show)가 생기기 쉽습니다. 다음과 같은 어메니티 운영 규정을 마련하면 이런 운영상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 이용시간: 전용면적에 따라 회의실 무료 이용시간을 매월 차등 부여합니다. 단, 남은 시간은 이월하지 않고 매월 새로 부여합니다.
차감 가중치: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등 회의실 규모에 따라 무료 이용시간의 차감 기준을 다르게 적용합니다.
위약금: 유료 예약은 이용일 기준 2영업일 이내 취소 시 20%, 당일 취소 시 100%의 위약금을 부과합니다.
선착순 예약: 수면실이나 안마의자 등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이용은 하루 한 번, 최대 50분으로 제한합니다.
이런 규칙을 임차인들에게 어떻게 알릴지도 운영의 일부입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영 규정을 디지털 가이드로 만들고 검색과 회의실 사용료 계산 기능까지 제공하면 임차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종이나 브로셔로 된 규정집을 나눠주는 것보다 임차인 직원들이 필요할 때 바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5. 임대 마케팅과의 연결: 공실기와 안정기의 전략은 다릅니다
오피스 빌딩에서 어메니티는 결국 임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입니다. 다만 공실률이 높을 때는 이용자가 적어도 운영비가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이 큽니다. 현업에서 여러 빌딩의 어메니티를 둘러보며 느꼈듯이, 안정적인 임대율을 달성한 뒤에는 다른 빌딩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실기에는 어메니티를 임차 투어의 핵심 동선에 넣고, 가망 임차인이 회의실이나 대관 공간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임차 제안서에서도 “대형 회의실을 전용면적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면적 절감 효과로 풀어 설명하면 임차인 입장에서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후 빌딩 운영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어메니티는 임차인 만족도와 재계약률을 높이는 리텐션(Retention) 수단으로 역할이 바뀝니다.
마무리하며
앞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오피스 빌딩의 편의시설은 회의실과 라운지에서 시작해 웰니스, 컨시어지, 디지털, 커뮤니티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산관리자와 운영자들이 고민해야 할 것도 많아졌습니다. 면적과 배치, 비용과 수익구조, 운영 주체, 이용 규칙, 임대 마케팅과의 연결까지 함께 검토해야 제대로 활용되는 어메니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편의시설은 한 번 짓고 끝나는 시설이 아니라 임차인들의 일하는 방식에 맞춰 계속 진화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회의실 예약률이나 라운지 이용량 같은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고, 잘 쓰이지 않는 공간은 과감하게 바꿔 나가는 것이 결국 어메니티의 가치를 지키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도심과 마곡, 성수 등에서 대형 오피스 공급이 이어지면서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편의시설은 국내 오피스 빌딩의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오늘 제 짧은 생각이 편의시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분들께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