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화점이 4조원 시대를 여는 법②해외 관광객과 초대형 점포가 바꾸는 백화점의 미래

국내 주요 백화점 핵심 점포가 잇달아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점포는 세계적인 백화점과 매출 규모를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2025년 연간 거래액이 2조원을 넘어선 곳은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롯데 잠실점·본점, 현대 판교점 등 5곳으로 늘어났다. 2021년에는 신세계 강남점 한 곳뿐이었다.
한국 백화점의 매출 성장세를 보면 고객 범위가 내국인에 머물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다.
2026년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5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특히 2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 1분기 증가율 90%를 웃돌았다. 점포별 증가율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인접한 본점이 394%, 센텀시티점이 160%, 강남점이 47%였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이 면세점과 명품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개별 관광객 증가와 고환율 수혜를 바탕으로 소비 경험이 넓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K-드라마와 K-팝에 등장하는 한국인이 실제로 소비하는 패션과 화장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인기 디저트와 맛집을 경험하며, 팝업스토어를 찾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백화점은 유통시설을 넘어 한국의 최신 소비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광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백화점 성장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내수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백화점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세계 강남점의 4조원 달성과 성공을 한국 백화점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점포 간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백화점 성공의 기준이었던 ‘1조원 매출 클럽’에는 2025년 13개 점포가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처럼 강력한 상권과 고객 기반, 대규모 매장 면적, 명품 라인업, 유명 F&B,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갖춘 점포는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며 매출을 늘릴 것이다. 반면 방문할 이유를 갖추지 못한 중소 규모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이나 스타필드를 비롯한 대형 복합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신세계·롯데·현대 같은 백화점 브랜드 간 경쟁보다 점포 대 점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보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보다 ‘롯데 잠실점’, ‘현대’보다 ‘더현대 서울’처럼 특정 점포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한국 백화점의 성장 방향은 몇 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신세계 강남점과 같은 초대형 핵심 점포에 집중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백화점 수를 계속 늘리기보다 핵심 상권의 초대형 점포에 자본과 콘텐츠를 집중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드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기존 점포 확대뿐 아니라 수서·광주·송도·센텀시티 등에서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서역 일대에는 백화점과 업무시설, 숙박·문화시설 등을 결합한 대규모 복합시설이 계획돼 있다. 롯데는 인천점을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키울 계획이다. 노후 터미널을 인접 부지로 이전하고 기존 터미널 부지를 쇼핑·문화 기능을 갖춘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는 ‘더현대 광주’를 통해 광주에 대규모 복합시설을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둘째,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할 것이다. 팝업, F&B, 문화, 전시, 엔터테인먼트처럼 온라인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경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면 편하고 빠르다. 하지만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까지 온라인이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F&B와 팝업을 통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면서 매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방식이 하나의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화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목적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더욱 늘릴 것이다. 한국의 맛집·뷰티·패션·라이프스타일을 한데 모아 경험하게 하는 대표적인 관광 목적지가 백화점이 될 수 있다.
백화점 거래액이 4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다. 한국 백화점은 이제 세계적인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성장했고, 충분한 경쟁력도 갖췄다. 앞으로 들어설 초대형 핵심 점포는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K-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려는 외국인의 방문도 늘어날 것이다. 한국 백화점의 다음 성장은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하는 데 있지 않다. 국내외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가는 ‘목적지’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끝>
한국 백화점이 4조원 시대를 여는 법①'쇼핑몰'에서 '목적지'로
신세계 강남점의 4조 원 도전과 공간 목적지화 전략을 이끈 방유성 부장의 생생한 현장 인사이트는 신간 《리테일 바이블 2030》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온라인 소비가 기본이 된 시대에 '물건을 파는 곳'에서 '사람의 시간을 설계하는 곳'으로 진화한 오프라인 공간의 생존 해법을 다룹니다. 백화점, 복합상업시설, 패션, 외식, 호텔, 모빌리티, 로컬 상권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현업 리테일 전문가 16인이 공동 집필하여 가장 리얼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집필에는 신지혜(STS그룹 상무), 이재환(무신사 부사장), 방유성(신세계 부장), 송훈석(스타벅스코리아 부장), 최은영(테라로사 부장), 김경식(썬앳푸드 본부장), 민요한(도시곳간 대표), 김준하(더휴식 공동대표), 강기복(열정 대표), 강남구(아이엔지스토리 대표), 김근영(하이파킹 그룹장), 남성훈(아이엠박스코리아 대표), 정명현(짱게임즈 부장), 김성호(테넌트뉴스 대표), 장영봉(차지코리아 이사), 제레박(성수교과서·박진우) 등 16인의 대표 플레이어가 참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