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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과 지역상생리츠의 결합, 공공개발의 새로운 방정식

정박사
정박사
- 11분 걸림 -
서울동행리츠 실행구조(자료=서울시)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시민이 공공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받는 ‘서울동행리츠(지역상생리츠)’를 본격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발표에서 눈길을 끈 대목이 있다.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서초 소방학교 부지가 바로 ‘대상지 공모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민간투자사업과 지역상생리츠가 결합된 이 모델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목하고 벤치마킹할 만한 새로운 공공개발 방정식이다.

지역상생리츠와 민자사업의 결합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2001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에서는 주로 민간 오피스·리테일 부동산의 수익화나 기업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민간투자사업과는 별개의 트랙에서 운영돼 온 셈이다.

그런데 두 제도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서로 보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민자사업은 초기 개발과 장기 운영에 강점을 갖는 반면, 불특정 다수의 소액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리츠는 자금 조달에는 강하지만 개발 리스크를 직접 감당하기 어렵다. 양자를 결합하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이 결합이 쉽지 않았던 데에는 제도적 이유가 있었다. 기존 리츠는 전체 주식의 30% 이상을 지역과 무관한 불특정 다수에게 공모해야 했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지역 외부 투자자에게 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개발 단계에서의 적용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아, 준공 이후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갖춰진 자산에만 주로 활용돼 왔다. 이 제약은 2025년 11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으로 비로소 풀렸다. ‘프로젝트리츠’와 ‘지역상생리츠’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개발 단계 참여와 지역주민 우선 공모가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시 서초 소방학교 부지, 결합 모델의 실험장

이번 서울시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대상은 서초 소방학교 부지다. 이 사업은 두 가지 혁신적 시도를 동시에 담고 있다.

첫째, 공공부지 활용 방식의 혁신이다. 2018년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전한 뒤 비어 있던 소방학교 부지를 ‘대상지 공모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개발한다. 지자체가 사업 대상지를 먼저 공개하고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유도하는 이 방식은, 재정사업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웠던 공공시설 공급 문제를 민간 자본과 창의성으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다. 지난해 11월 공모를 시작해 올해 2월 우수제안자를 선정했으며, 현재 민간제안자가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공공 시니어 주택과 문화·여가·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이르면 2028년 착공,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둘째, 지역상생리츠와의 연계다. 준공 이후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갖춰지는 운영 단계에 시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지분 51% 이상을 확보해 공공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고, 시민 청약은 자본금의 30% 내외로 운영된다. 목표 배당률은 연 6% 이상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리스크 배분의 정교함에 있다. 개발 단계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공공과 민간사업자가 나눠 감당하고, 수익 구조가 안정화된 이후에야 시민 투자자를 유입시키는 설계다. 소액 시민 투자자가 개발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결합 모델이 갖는 의미

민자사업과 지역상생리츠의 결합은 단순한 재원 조달 기법의 혁신을 넘어 공공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첫째, 개발이익의 사회적 환원 구조화다. 기존 민자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역상생리츠는 지역주민이 우선 청약 방식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를 법적으로 보장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해당 지역주민에게 우선 공모가 가능하다. 이는 “우리 동네 개발인데 정작 우리는 수혜를 누리지 못한다”는 오래된 불만을 제도적으로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둘째, 민자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다. 민자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의 주민 반대다. 리츠를 통해 지역주민이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주민들은 개발의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게 된다. 주민 반대의 기저에는 절차적 불신과 이익 배제에 대한 박탈감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익 공유 구조는 그 박탈감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소액 자금의 공공인프라 투자 유입이다. 지금까지 공공인프라 투자는 대형 기관투자자나 건설·금융 대기업의 영역에 가까웠다. 리츠를 매개로 시민의 소액 자금이 인프라 사업에 유입되면 재정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시민이 실질적 이해관계자로서 사업 운영을 감시하는 기능도 자연스럽게 수행하게 된다.

선결 과제

물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 결합 모델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의 정교화가 시급하다. 민자사업은 본질적으로 장기 사업이며 수익 실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서초 소방학교 부지의 경우 2033년 준공 이후에야 시민 공모가 가능한데, 이 기간 동안 시장 환경 변화, 사업 지연, 수익성 하락 등 다양한 리스크가 잠재한다. 수익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의 보호 장치와 책임 소재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지방 중소 지자체로의 확산 경로 설계도 필요하다. 서울시 사례는 SH공사라는 공공기관이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이기에 일정 수준의 안정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 지자체는 이러한 공공기관의 뒷받침 없이 유사한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지방 민자사업에 공공리츠 펀드가 선도 출자하는 방식 등 중간 지원 모델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민자적격성조사(VFM 분석·재정 대비 민자사업 방식의 가치 우위를 검토하는 절차)에 리츠 연계 효과를 반영하는 기준 정비도 필요하다. 현행 민자적격성조사는 순수한 재정 비용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역상생리츠 연계로 발생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사회적 편익을 정량화하는 틀이 아직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지방 지자체가 벤치마킹해야 할 것, 그리고 제도의 완성 조건

서울시 서초 소방학교 부지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재정 부족 → 민자사업 전환 → 개발이익 공유 → 지역주민 투자 참여라는 선순환의 가능성이다. 노후 공공시설 개선과 지역 숙원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재정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모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대상지 공모형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상생리츠 연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 구조가 굳어진 이후에는 리츠 연계를 추가로 접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서울시와 달리 S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을 보유하지 못한 지방 지자체를 위해, 광역 단위의 공공인프라 리츠 펀드를 설계하고 이를 지방 민자사업의 선도 출자 기관으로 활용하는 중간 지원 모델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상생리츠가 실질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률만으로는 부족하다. 연 6% 수준의 목표 배당률은 현재 금리 환경을 감안할 때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지만, 이를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려면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공모 리츠에 적용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세율 인하 혜택을 지역상생리츠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과 세제 혜택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시민 투자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공공개발의 새로운 방정식은 이미 서울에서 실험되고 있다. 이제 지방 지자체들이 이 실험의 성과와 과제를 면밀히 관찰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응용 모델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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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사

정박사(필명)는 지방의 정책연구원에서 공공투자 사업분야 책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블로그 ‘ 정박사의 공공투자연구소(pmisjeong)’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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